대부분 작가들은 자신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작품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 만큼 주변 환경이 작품세계의 형성에 있어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특히 성격의 형성기인 유년기에 있어서 고향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작가의 무의식 속에 남아 창작의 원천을 이루거나 기억의 언저리로서 머물곤 한다. 그러기에 작가들에게 있어 고향의 흙과 물 그리고 바람의 의미는 깊은 향수와 함께 오랫동안 이어지는 창작원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작가들의 작품에 고향의 이야기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소 각색되고 재해석된 표현이지만 고향의 의미는 작가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작품세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바탕 질감이 되고 색채가 되며, 형상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김 웅에게 있어서도 고향의 주변적인 환경이 작품세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이 태어난 소도시의 통영 바닷가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부산이라는 환경적 배경이 작품 속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푸른 바다의 물빛과 바다를 암시하는 포구 그리고 촌락과 물고기들이 작품의 중심 주제가 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에게서 바다가 갖는 의미는 고향이며, 작품세계에 있어서는 주제의 원천이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있어 유년의 기억들이 삶에 있어 많은 영향을 미치듯이 김 웅에게 있어서도 바다가 주는 정서는 작품세계의 형성에 있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바다에 대한 잠재의식을 그는 "따사로운 봄기운이 찬바람의 꼬리를 휘감고 도는 산언저리에서 내려다보는 포구, 투명한 물빛으로 더욱 깊어만 보이는 바다, 작게 조각낸 원색으로 모자이크한 밭뙈기와 지붕들, 솔바람 소리, 잔잔한 바닷바람, 고기떼를 따라 움직이는 갈매기들의 날갯짓, 동네 아이들의 장난질, 포구, 아낙들의 재잘거림, 넘어가는 저녁 햇살에 기대어 떠밀리는 듯 되돌아오는 먼 어선들의 지친 뱃소리, 등 등 ... 나는 아직도, 동심으로 바라보던 고향 통영의 이미지에 손끝을 빼앗기며 나의 바다를 더듬고 있다." (작업노트 中) 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그의 작품 바탕에는 고향 통영의 풍광이 아로새겨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에는 바다 냄새가 진하게 배여 있고 푸른 바다 빛이 색채로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 풍경에서 볼 수 있는 서정적 아름다움이 표현되어 있다.

  한편 김 웅의 작품세계를 보면 주제는 '바다'로서 지속되어 왔으나 표현 기법과 형식면에 있어서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는 구체적 형상을 통한 바닷가의 풍경을 그렸었다. 곧 전형적인 자연주의적 작품세계로서 대상을 보여지는 그대로 그리려고 노력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캔버스의 질감이 거칠어지면서 두터운 화면을 바탕으로 하여 나이프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가 96년(2회 개인전)에는 검정 외곽선을 바탕으로 나이프로 두텁게 바르면서 단순화 시켜나가는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화면에는 바다 풍경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97년 3회 개인전에서 또 변화를 보여 주는데 추상화 같기도 한 바다 풍경이 보여진다. 이때에는 단순화가 심하여 구체적으로 바다의 풍경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넓은 색면으로 풍경들을 처리하고 있어 화면이 마치 색면의 추상적인 조화와 같이 보여진다. 그러나 이를 상세히 관찰하면 그 속에는 무수한 바다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근간 들어 (99년 7회 개인전) 그의 작품에는 색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구체적인 바다의 이미지가 다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색면의 배경 속에 물고기나 게, 그리고 바닷가의 풍경들이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는 바다이고 색채도 바다색을 상징하는 듯한 푸른색이 중심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아마도 고향의 풍광에 의한 영향이 무의식 가운데 깊이 남아있는 것을 표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 웅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특성 가운데 하나는 단순화를 통한 색면의 강조이다. 상세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그의 의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그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이미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닷가, 포구, 등대, 배, 물고기, ... 등의 이미지가 무수히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뚜렷하지 않다가 근간에 들어 다시 이미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하였다. 곧 바다를 상징하는 물고기와 같은 이미지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대부분 붓으로 표현한 다기보다는 나이프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러기에 화면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얇고 부드럽다기 보다는 다소 두터우며 딱딱하면서 날카롭고 거친 표현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나이프의 표현법은 근간 들어 나름의 표현적 특성으로 나타나 보인다. 이상과 같이 김 웅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김 웅의 작품세계 바탕에는 고향의 정서를 담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고향의 이미지를 그는 쉬지 않고 나름의 조형성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풍경을 사실적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의 재해석에 의한 새로운 구조로서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한 작품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향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작품 속에 펼쳐질 것 같다.
                      2000년 1월